12월 11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The Game Award' 시상식 현장에서 '붉은사막'의 게임플레이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다.

티저나 시네마틱과 다르게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들로 구성된 이번 영상의 길이는 약 5분 30초. 이번 영상에서는 그간 제한적으로 공개되었던 '붉은사막'의 여러 면을 직접 살필 수 있었다. 배경이 될 세계 '파이웰' 대륙의 모습부터 검은사막을 계승하는 액션 시스템 등,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영상에서 그나마 엿볼 수 있었던 '붉은사막'의 모습들을 정리했다.




1. MMORPG가 아닌, 시나리오 본위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전작인 검은사막과 달리, '붉은사막'은 싱글플레이를 주력으로 하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때문에 MMORPG에서는 배경 설정 등으로 존재하기 쉬운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세계의 서사가 중심이 된다.


영상 내에서는 이렇듯 주인공 '맥더프'와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 과정을 여럿 살펴볼 수 있다. 대사 오디오가 포함되지는 않았기에 내용은 유추할 수 없지만, 카메라 워크나 연출은 싱글 플레이 중심의 콘솔, PC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붉은사막의 배경 세계관에 대해서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을 비롯한 몇몇 아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 통일 군주인 '데메니스' 왕의 절대 권력이 흔들리면서 혼란기가 시작됐고 이로 인해 용병들의 활동 범위가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그런 대륙의 이름이 '파이웰'이라는 것이며, 칼과 활을 비롯한 냉병기 뿐만 아니라 총을 비롯한 화약 병기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 정도다.




2. 설원에서 사막까지, '파이웰 대륙'의 모습

영상에서는 초반 약 1분에 걸쳐 파이웰 대륙의 여러 면모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검은사막' 시절부터 월드맵 디자인에 일가견을 보인 펄어비스답게, 공들여 깎은 세계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빛'의 활용과 지형의 다양성이다. 광원에 따라 반사와 그림자 효과를 계산하는 '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고려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영상에서는 건물 등의 조형물보다 빛과 그림자에 집중된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지형의 다양성'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 펄어비스의 사막 시리즈는 이름과 달리 사막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지형이 등장하는데, 붉은사막 또한 마찬가지다. 설원, 초원, 퇴적암 사막 지형을 비롯해 강변이나 고산지에 이르기까지 붉은사막의 세계는 다양한 기후, 지형적 다양성을 보여주며 이를 드러내기 위한 비주얼 효과도 여럿 볼 수 있다. 또한, 각 지역마다 다른 문화권의 모습과 이에 따른 건축 양식, 생활상 또한 영상 내에서 확인 가능하다.

▲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엿볼 수 있다.

한편, 펄어비스는 지난해 '차세대 게임 엔진'의 그래픽 기술 주제로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컨퍼런스인 ‘시그라프(SIGGRAPH) 2019’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고광현 펄어비스 리드 엔진 프로그래머는 'Direct lighting and unified atmospheric scattering(대기 중 산란된 자연광 표현)'의 주제로 하늘, 구름, 대기, 태양광, 산란된 자연광 등에 대한 빛 처리 노하우를 공유했으며 조경준 펄어비스 리드 엔진 프로그래머는 'Indirect lighting(간접조명)'의 주제로 복셀을 기반으로 광선 추적을 이용한 빛 반사 및 차폐 계산 방법을 발표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의 차세대 게임 엔진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해당 기술력이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 '빛'을 활용한 배경 표현이 강조됐다.



3. 검은 사막의 맥을 잇되 '더 묵직해진' 액션

영상에서 살펴볼 수 있는 붉은사막의 액션신은 검은 사막의 그것과 같은 맥락에 자리하나, 이전보다 더욱 묵직하고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부싯돌로 칼을 만든 듯 휘두를 때마다 불똥이 튀는 과한 이펙트는 검은 사막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며, 대신 카메라의 흔들림과 선혈 이펙트를 통해 타격감을 살린 모습이다.


무기를 활용한 액션 외에 프로 레슬링에서 차용한듯한 맨몸 액션도 다수 엿볼 수 있다. '검은 사막' 비슷한 액션들이 일반적으로 '자이언트'의 기술로 배정되어 완력을 강조하는 효과를 주었다면, 붉은 사막의 맨몸 액션들은 '처절함'에 보다 포인트를 맞춘 느낌이다.

태클에 이은 파운딩이나 던지기, 들배지기 등은 이번 영상의 백미. 검은사막의 액션이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반경에 적이 있을 경우 피격되는쪽에 가까웠다면, 붉은사막의 액션은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플레이 단계에서도 각각의 적을 객체로 취급해 상호작용하는 액션을 선보인다.



▲ RKO 쓰는 판타지 게임



4. 각종 기믹으로 이뤄진 서사 구조. 온라인에서는?

서사 중심의 콘솔, PC게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상황별 기믹과 컷씬에 가까운 카메라 연출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 첫 정보 공개시점부터 얼굴을 알린 주인공 '맥더프'와 그의 동료들은 이번 영상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법적 함정을 파해한다거나, 로프를 타고 절벽을 건너거나 다른 차원의 틈새로 건너가는 등 각종 게임적 기믹을 엿볼 수 있다.

▲ 영상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게임 내 기믹은 상당히 다양하다.

이는 '붉은사막'의 장르 구분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게임으로서 더없이 들어맞는, 적합한 연출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붉은사막의 경우 싱글 플레이 기반의 액션 어드벤처가 기본이 되지만, 온라인 플레이 결합도 함께 이뤄지는 만큼, 온라인 플레이에서의 서사는 어떻게 진행될지는 궁금한 부분이다.

▲ 서사의 중심을 어떻게 '주인공'에서 '게이머'로 가져올지가 관건

싱글 플레이에서는 문제가 없을 주인공과 중요 인물들의 서사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게이머의 입장에 맞춰 녹여낼지가 관건인 부분이다. GTA5와 GTA 온라인의 관계처럼 주축이 되는 싱글플레이와 스핀오프격의 온라인 플레이가 존재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다른 형태의 온라인 플레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5. 릴, C9, 검은사막... 대한민국 '액션 계보'를 잇는 개발자들의 차기작

한편, 붉은사막의 개발에는 그간 다양한 온라인 액션 RPG를 개발해온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과거 '릴 온라인'의 정환경 디렉터와 '릴 온라인'과 'C9'의 액션을 담당한 이성우 공동 프로듀서, 마찬가지로 'C9의 개발과 '검은사막'의 액션에 관여한 채효석 액션 디렉터가 주요 개발진의 면면이다. 펄어비스의 의장이자, 동시에 현역 개발자로 활동 중인 김대일 의장 또한 디렉터로서 붉은사막의 개발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오랜 경력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이지만, 보장된 성공보다 모험과 도전에 가까운 프로젝트인 '붉은사막'. 온라인에서는 여러 게임을 출시하며 영향력을 보였지만, 싱글플레이 기반의 AAA급 게임에선 별다를 성과를 거두지 보이지 못한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첫 걸음이 붉은사막의 완성도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펄어비스의 새로운 기함이자, 차세대 기대작으로 서서히 자리를 굳히고 있는 '붉은사막'. 이번 영상은 해외 주최 행사인 'The Game Award' 무대를 통해 공개됐음에도 전 세계 게이머들의 눈 앞에 네 글자의 한글 제목을 그게 드러내며 끝을 맺었다.